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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자취’쫓아 시간의 계단을 거슬러 걷는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7-31 09:09:50

목포,여행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영산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길목, 해안 경계의 요충지로서의 어귀 역할을 하던 곳. 무안에서 독립한 작은 어촌마을 목포는 한때 전국 3대항이자 6대 도시였다. 비록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수탈의 전진기지로 왜색화했지만,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예술가를 배출한 예향의 도시로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켜내기도 했다. 목포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주 개항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목포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 중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항구다.‘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가수 이난영이 부른 노래‘목포는 항구다’의 노랫말을 따라 항구도시 목포에 다녀왔다.

 

 

적산가옥이 즐비한 구도심 속

곳곳 일제강점기로 얼룩진 흔적 

서산·온금동선 7080년대 분위기 

가파른 오르막길엔‘시·벽화’낭만

삼학도 유람선 타고 목포 야경도

 

목포여행은 적산가옥으로 즐비한 구도심에서 시작된다. 호남선 KTX 종착역인 목포역 인근 구도심은 구획에 따라 영산로·번영로·해안로 등으로 바둑판처럼 연결돼 있다. 

 

그중 영산로는 국도 1·2호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1911년 개통된 이 도로는 목포에서 출발해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939.1㎞를 잇는다. 유달산우체국 옆에 가면 국도 1·2호선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지금은 파주 임진각에서 끊어진 도로가 하루빨리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일대는 해방 이후 시청 등 관공서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100년 가까이 목포의 중심으로 자리해왔다. 신시가지가 들어섬에 따라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곳에는 침략과 수탈로 얼룩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몇 년 전 문화재청이 일대를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상가와 창고 등 건물들이 한꺼번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관광지로 개발이 덜 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일제 수탈의 기록이 전시된 목포 근대역사관 1관에서 출발해 목포 근대역사관 2관, 호남은행 목포지점, 동본원사 목포별원, 갑자옥 모자점 등 골목골목을 따라 근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카페와 음식점들이 문을 연 거리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지난해 손혜원 전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논란의 중심이 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손소영 갤러리 카페’도 들러볼 만하다.

목포에서의 근대역사문화체험은 구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서산동과 온금동으로 이어진다. 목포역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가 일제 시대 당시 각국 거류지로 조성돼 일본 영사관과 일본인 주택, 은행, 상점 등 상업시설이 몰려 있던 중심지라면 서산동과 온금동은 일본인들에게 쫓겨난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목포인들의 생활터전이다. 

이곳 역시 개발이 덜 됐기는 마찬가지다. 동네로 들어서자 1970~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동네 초입에서 녹색 바탕에 흰 글씨로 ‘연희네슈퍼’라고 쓰인 간판을 단 점포가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한다. 그 옆으로 ‘연희네다방’ ‘연희네의상실’ ‘연희네 문구사’까지 ‘연희네’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도대체 연희가 누구길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영화 ‘1987’에서 배우 김태리가 연기한 대학생 ‘연희’다. 영화 속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비밀 거처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연희네슈퍼’다.

‘연희네슈퍼’에서 시작되는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은 유달산 능선까지 이어진다. 골목길 담벼락에는 각종 시와 벽화가 그려져 있다. 2016년 목포시는 주민이 직접 지은 시와 목포지역 화가의 작품으로 담벼락을 꾸미면서 서산동 달동네에 ‘시화골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때로는 막다른 길로, 때로는 남의 집 지붕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갈림길이 끝없이 나온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시와 그림을 벗 삼아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면 평지가 나오는데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바보마당(바다가 보이는 마당)이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던 목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와 전시관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서산동 위에는 이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하나 있는데 도로를 넘어가면 ‘다순구미’ 마을로 불리는 온금동으로 이어진다. ‘다순’은 따스한 양지바른 곳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와 바닷가의 후미지고 깊은 곳을 의미하는 ‘구미’가 합쳐진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동네 앞에는 ‘째보선창’이라 불리는 작은 부두와 어시장이 있었고, 마을 입구에는 일제강점기 내화벽돌을 찍어내던 조선내화 목포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째보선창은 1980년대 매립되면서 사라졌고, 조선내화 목포공장은 얼마 전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지만 그동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흉물처럼 방치된 모습이다. 지금 마을을 지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수원지로 쓰던 샘터와 동네 제사를 지내던 산제당터, 그리고 노인들이다. 그 마을 위로 지난해 개통한 해상케이블카만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다.

온금동에서 빠져나와 해양대학로를 타고 목포대교 방면으로 가다 보면 지난 20일 개장한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길이는 54m밖에 안 되지만 바다 위에서 목포대교와 해상케이블카·고하도까지 주변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목포시는 평화광장부터 갓바위를 지나 스카이워크, 목포해양대까지 해안길을 잇는 해변 맛길 30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1월 삼학도 옛 해경부두에 목포 야경을 즐길 수 있는 1,000톤급 유람선이 취항했고, 목포 9미(味)를 주제로 한 포장마차 거리 항구포차가 문을 열었다. 항구포차에서는 6,000톤급 제주행 여객선이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글·사진(목포)=최성욱 기자>

 

‘근대 자취’쫓아 시간의 계단을 거슬러 걷는다
서산동 전경. 서산동 시화골목.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남은 일본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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