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ke Charles는 도시가 깨끗하고 상가도 짜임새있게 골고루 잘 갖추어진 다운타운이다. 그리고 도시 옆에는 바다와 연결된 큰 호수와 해수욕장이 있고 Sears 백화점과 놀이터와 공원도 있다. 그리고 큰 가발 상회가 둘이나 있다. 하나는 ‘자말’이라는 미국인이 경영하는 가발상이었고 또 하나는 규모가 큰 가발상이었는데 한국 사람이 주인인 것 같다. 만약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발상이라면 문제가 있다.
살펴보니 종업원들은 두 가게 모두 다 미국 사람들이다. 먼저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것 같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은 백인 여자인데 임신한 부인이다. 한참 상점 안을 살펴 보는데 뒤 창고에서 한국사람이 나와 인사를 했다. 그 사람은 ‘L’씨였고 두 사람은 부부였다. 그는 나에게 가발장사를 할 계획이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하니 경계를 하고 긴장을 하면서 이 곳은 옆에 있는 ‘자말’ Wig과 경쟁이 치열해 고전 중이라면서 만약 새로 가발상을 시작하면 큰 낭패를 보고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은근히 겁을 주었다. 그러면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자기네 가발상을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진심을 알 길이 없어 파신다면 생각해보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처남과 아내와 의논을 한 후 가격이 맞으면 그 가발상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가게 문을 닫는 일요일 온 가족이 드라이브도 할 겸 Lake Charles로가 다시 한번 현지답사를 한 후 다음날 처남과 나는 ‘L’씨를 만나 정말 가게를 팔 것이냐고 묻고 왜 팔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신분 문제때문이라며 영주권이 없어 어려움이 많고 그 때문에 가발상의 등록과 세금 관계 등 모든 것이 아내의 이름으로 돼 있다고 하면서 가발가게를 팔고 군에 입대해 신분 문제를 해결하고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가서 군 생활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임신한 부인을 친정에서 쉬게 해야 될 형편이라고 했다.
어쨌든 우리는 운 좋게 그 가게를 인수했다. 앞으로 사업의 흥망성쇠는 처남의 노력과 수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나와 아내는 처남이 할 가발상이 해결돼 안심이 됐고 또 기뻤다.
우리 가발상회보다 훨씬 좋고 전망도 좋은 장소다. 한국사람이 없는 낯설고 물설고 또 말과 문화가 전혀 다른 미국 중남부 소도시에서 순조롭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고 감사하다. 나는 큰 짐을 내려 놓은 것 같다. 왜냐하면 처남의 이민을 권유하고 취업이민을 알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
처남은 가게에 물건을 인수받고 내부를 재정리한 다음 상호를 ‘Lucky Wig’이라고 개명하고 새로운 꿈에 부풀었다. 나는 몇 주 동안 처남 가게를 도와 주면서 손님에 대한 여러가지 상식적인 문제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국 여인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