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한국 항공업계에 ‘줄도산’ 위기설이 팽배하다. 특히 취약한 영업경쟁력과 재무구조 탓에 집단 운휴에 돌입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정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선 항공업 전반의 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선별적 지원과 더불어 업계 차원의 강도 높은 자구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항공산업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달 국내 항공사 운항편수는 1만6,652편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6% 급감했다. 특히 한국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ㆍ지역이 175곳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선 운항편수 감소율(74.7%)이 국내선(51.7%)보다 20%포인트 이상 컸다.
공교롭게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 항공사 간 대형 인수합병(M&A)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보니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부진은 업계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진 형국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환율, 유가 영향에 항공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항공기를 띄울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다 큰 피해가 덮친 곳은 LCC 업계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4월 25일까지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 앞서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로 국제선 운항을 멈춘 가운데 국내선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자 김포ㆍ청주ㆍ군산 발 제주노선 운항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고 이번 달엔 전액 체불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엔 최소 운영 인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다른 LCC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업체 대부분이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이달 LCC 국제선 운항편은 전년 동월 대비 87.6% 줄어든 1,303편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보다 운항편 감소폭이 훨씬 크다.
◇방만 경영ㆍ정책 실패가 화 불러
정부는 항공업계 위기 타개를 위해 △모든 노선 운수권ㆍ슬롯 전면 유예 △주기료 면제 △착륙료 즉시 감면 등 총 5,000억원 이상의 긴급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전 세계 한국발 입국 제한 시 상반기 매출 피해가 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도 적지 않다. 그간 항공업계가 다른 업계보다 훨씬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CAPA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5월 말 국제 항공사 대부분이 파산할 것”이라며 “선별적 지원으로 주력 항공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