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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새로이 그리고픈 자화상    

지역뉴스 | | 2020-01-11 18:18:58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송구영신을 얼결에 흘려 보내고 보람과 아쉬움이 뒤섞인 묵은 해를 환송하고 새해를 환영하느라 얼띤 감성들이 얼기설이 직조되고 있는 사이사이로 불쑥불쑥 드러나려했던 생각들이 꼬물대고 있었다. 애써 덮어두려 했던 터였는데 더는 묵혀둘 수 없다는 촉박함 같은 조바심이 감지된 것은 새로이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존재를 과녁으로 삼을라치면 제대로 포용치 못한 허점 투성이라 힘부로 공격받기 쉬운 존재임을 일찌기 인식하고 있는 터였고 생의 에프리케이션 또한 두드러질 만큼 탄탄하지도 않거니와 허름하고 엉성하기 이를데 없음이다. 빈틈 많고 여린 구석도 숨겨져 있으면서 의외로 어떠한 완성도를 위해선 서두름이 제법 급한편이다. 어벙하고 허당스러운 못난 자화상을 걷어내고 새로이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오래전 부터 해왔던 것 같다. 갓길 걷기가 하냥 편해서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가녘의 평안과 여유를 즐기려는 소치로, 앞장 서는 것, 가운데 우뚝 서는 것, 고지를 쟁취해내려는 부류와는 거리를 두며 마음의 평안을 지켜낼 수 있는 곳으로만 유유자적 눈에 띄이지 않는 자리를 지켜왔기에 무리없이 도드라지지 않으며 공동체 흐름에 함께 흘러온 셈이된다. 돌아보면 미련스레 보일 만큼의 안내가 생을 어루만지며 감싸 주었기에 평안의 자리 마련이 가능했던 것이리라.  

직설적이고 다혈질적인 사람에게서는 가능하면 비켜서는 편이다. 일상의 흐름을 흔들어 놓거나 삶에 파문을 던진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게되면 본능적으로 갓길로 접어들게 되는 신념같은 공식이 지금 껏 삶의 지지대가 되어준 셈이다. 자연의 은밀한 깊음 속으로 들어서면 겪어보지 못했던 섬미하고 정교한 감성이 안개처럼 피어나곤 하지만 일상에선 섬세하지 못한 밀투나 외모 탓에 느낌 자체의 예지로움이나 분석과 판단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얄짤없는 세상살이에선 치밀하거나 용의주도 하지도 못한 토매하고 어수룩하고 미욱하기 그지없다. 우매한 자의 시선에는 달리고 달리는 사람들이 부러울수 있겠지만 역부족인 도전을 피해가느라 어쩌면 안일함을 추구했을찌도 모를일이다. 물의를 빚는 사람으로 내비치는 것도 피해왔고. 눈에 띄지않게 주변을 정리정돈 하는 재미에 빠진 적도 있었다. 외측적인 요소를 우습게보는 시선들로 부터 언저리로 치부되는 불이익을 얻기도 했고. 쟁취 목적을 향해 도전을 감행하며 쫓기듯 떠밀리듯 살아가는 모습들을 목격하면서도 남의 일로 멀찌가니 지켜볼 뿐이었다. 부나비처럼 빛을 행해 날아 오르기도 하고 매사에 약삭빠르고 명석하고 영리함이라 자부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아둔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런지, 용렬한 비판만은 하지않아야 겠다는 기우가 일기도 한다. 

 

생의 여정이 흘러가는 동안 가끔은 자화상을 손수 다듬어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분망하게 앞 뒤 가릴 것 없이 달리다 보면 지금의 위치도 방향도 감각을 잃게 되더라는 것이다. 달려온 길을 찬찬하고 세밀하게 돌아보며 달려갈 길을 내다보려는 여유로움 없는 조악하고 둔탁한 삶의 자화상을 외면하듯 하냥 끌고 가야만 할까. 아닌 것 같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지금에 처한 심연에 드리운 자기애를 직시해보는 통찰의 기회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자책의 아픔도 연민마저도 자신일 수 밖에 없음까지도 껴안는다면 훈훈한 공감을 불러들이며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허물마저도 용서라는 사랑으로 덮을 수 

있을 것이라서 다시금 그려보는 자화상은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예진해본다. 

해가 바뀌고 새해가 열렸기에 생의 깊숙한 길목으로 들어섰다는 긴장감으로 새 도화지에 바람직한 자화상 화폭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리라. 새로운 화폭으로 남기고 싶은 자화상을 꿈꾸긴 하지만 얼마나 투명한 자화상이 그려질 수 있을까. 노년이란 핑게로 적극적인 도전을 피해왔던 자책이 섬미하게 가슴을 후빈다. 세상은 냉혹하고 치열하지만 때론 포근하게, 때로는 당당함까지도 탐해보았어야 했는데. 늦은 도루라도 치루어야지 하는 

포부가 일렁인다. 더는 가장자리에 맴돌지 않으며 자리에 알맞은 사람으로, 당당함을 붙들라며 지나온 세월이 용기를 덧대어준다. 레가토로 살아왔던 인생 악보에 페르마타도 그려넣고 스타카토도 그려 넣으며 생의 균형을 갖추어내는 오롯한 걸음으로 옮겨가리라. 창조주께서 허락하신 소명을 다시 새기며 그 분에게 기쁨이 되는 담백하고 고아한 행보로 조촐하게 그려가리라. 노년 깊숙히 들어선 아낙에게 간절한 소망으로 끓어오름은 

우둘두둘한 자화상을 소박하고 깨끔하게 그려내고 싶음이다. 새하얀 도화지에 살아가는 하루하루들이 점으로 선으로 이어지다보면 삶의 농담(濃淡)이나 명암도 교차될 것이다. 자기 변명의 구차함이나 연민에서 벗어난 새롭고 산뜻한 화폭이기를 여망해본다. 기해년 새해가 축복으로 찾아와 주었기에 다 내려놓은 순수와 비움의 모습을 그려갈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일찌도 모를 설레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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