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처럼 키운 조카에 보낸 편지
현재 거주자에 52년 만에 반송
사연 듣고 편지 쓴 주인공 나타나
치매 조카 10년 전 실종 '안타까움'
무려 52년 만에 되돌아 온 한 통의 편지가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 전국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감동의 사연은 1주일 전인 지난 4일 시작됐다. 디캡 카운티 스캇데일에 살고 있는 테네 터커란 여성은 10일간의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우편함에 쌓여 있던 메일들을 살펴 보던 중 아주 낡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의아하게 생각한 터커는 이내 편지에 ‘리턴 투 센더(Retrun To Sender)’라는 소인과 최초 편지 발송일이 1967년 8월 15일로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려 52년 전 터커의 집에 살고 있던 누군가가 보낸 편지가 이제서야 반송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편지는 당시 터커의 집에 살고 있던 베티 헤이스라는 여성이 뉴저지 뷰링턴 공군기지에 근무하고 있었던 마빈 암스테드라는 남성에 보낸 것이었다.
터커가 조심스럽게 뜯어 본 봉투 안에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는 “아들아 잘 내지? 네가 보낸 편지를 받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라는 말로 시작해 “어느 누구보다 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베티가”라고 끝을 맺고 있었다.
터커는 “52년 전에 쓴 편지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들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터커는 즉시 편지의 주인공인 헤이스 가족들을 찾아야 겠다는 마음에 바로 소셜 미디어에 사연을 올렸고 이 사연은 지역TV 방송의 전파도 탔다.
그러자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베티의 딸인 메리 헤이스와 아들인 실버스터가 어머니 베티와 함께 터커의 집을 찾아 왔다. 이들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엘렌우드에 살고 있었다. 터커는 이제는 84세가 된 베티에게 편지를 되돌려 줬다. 비록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지만 베티는 자신의 살던 집을 기억하고 있었다. 딸인 메리는 “너무 감동적이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해 했다.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헤이스 가족들은 터커에게 편지의 주인공인 마빈과 자신들과의 관계를 들려줬다. 베티는 조카인 마빈이 세살 때 부모를 모두 여위자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친자식처럼 키웠다는 것, 메리와 실버스터도 마빈과 친형제처럼 함께 자랐다.
마빈은 16세가 되자 공군에 입대했고 나중에는 디캡 교육청에서 일하다 석사학위까지 받고 교수로 일했다. 문제의 편지는 마빈이 공군 근무 시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70세가 된 마빈은 10년 전 치매를 앓으면서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헤이스 가족들은 이번 편지를 계기로 마빈을 찾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연을 전해 들은 한 사립탐정은 직접 마빈을 찾아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모든 사연을 알게 된 터커는 “이 집에 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축복이 깃든 곳인 것 같다”며 자신의 감동을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전했다.
하지만 어떻게 52년 전의 편지가 이제야 반송됐는지, 또 왜 당시 마빈에게 편지가 전해지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편지의 ‘리턴 투 센더’라는 소인은 지난달 애리조나주 피닉스 우체국에서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헤이스 가족들은 “이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다만 편지를 발견하고도 버리지 않고 보내 준 피닉스 우체국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빨리 사랑하는 마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시했다. 이우빈 기자
디캡 카운티 스캇데일로 52년 만에 반송된 편지. 최초 발송일이 1967년 8월 15일이라는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