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시티에 사는 변호사 노라 마틴스(34)는 지난 2017년 가을 여행지로 일본과 남미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이때 고려한 것은 마추 피추도 눈 덮인 파타고니아 산 정상들도 아니었다. 

“남편이 전화를 하더니 센트럴(Central)에 예약이 되었다는 거예요. 당연히 남미로 가게 되었지요.”

페루, 리마에 있는 셰프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의 식당 센트럴은 매년 선정되는 전 세계 50대 식당 중 현재 순위 6위이다. 그곳에 어렵게 예약이 되자 마틴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페인 국립공원, 산티아고, 쿠스코, 그리고 페루의 수도를 종횡 무진 여행하는 10일 일정의 휴가계획을 짰다. 

“어차피 페루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마추 피추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가기를 정말 잘했어요. 우리가 갔던 최고의 여행들 중 하나였어요.”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동기는 많다. 학교방학이나 명절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가기도 하고 낯선 도시에서 문화적 풍요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마틴스 같이 열정적인 미식가들은 버킷 리스트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하기 위한 것보다 비행기에 오를 더 나은 이유는 없다. 

최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경험에 ‘목숨 거는’ 이들 미식가 그룹에는 매년 발표되는 세계 50대 식당 목록이 여행 펀치 카드나 마찬가지다. 반드시 가봐야 할 식당 명부가 되는 것이다. 역시 매년 공개되는 미슐렝 가이드도 미식가들에게는 여행의 이유가 된다. 

매서추세츠, 브루클린에 사는 돈 오츠는 미슐렝 별 획득 작전에 나섰다. 다음 주 그는 아이슬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에 있는 화산 군도인 파로스 제도로 날아간다. 미슐렝 별을 받은 북유럽 식당인 KOKS에서의 저녁식사 예약에 성공하면서 장장 20시간 날아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바다가재부터 양고기에 이르기 까지 파로스 현지 식재료로 창의적 요리를 하는 것으로 국제적 정평이 나있는 식당이다. 

식당 예약을 먼저 끝내고 나면 나머지 여행 계획은 술술 풀린다고 에밀리 고(31)는 말한다. 미슐렝 별 2개 식당인 덴(Den)과 플로리레지(Florilege)에 예약을 한 후 그는 도쿄에서의 9박 여행일정을 짠 적이 있다. 

“비행기 티켓을 먼저 사면, ‘다 됐다’ 생각하고는 다른 일로 너무 바빠서 제때에 식당 예약하는 걸 잊어버릴 수가 있다”고 뉴욕 시 홍보 및 마케팅 회사의 고객관리 디렉터인 그는 말한다. 하지만 식당예약을 먼저 하면 가보고 싶던 식당에서 틀림없이 식사를 하게 되고, 식당에 맞춰 여행지 윤곽이 잡혔으니 나머지 일정은 그에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토론토에서 음식과 여행 프리랜서 작가이자 사진가로 일하는 르네 수엔(40)은 지난 2011년 스페인의 세계적 식당인 엘불리(elBulli)에서의 점심식사 예약을 마지막 순간에 따냈다. 미슐렝 별 3개를 받은 페란 아드리아 셰프의 유명 식당이 영원히 문을 닫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2시간 북쪽에 있는 엘불리 예약 날까지 3주. 그 한번의 점심식사를 중심으로 수엔은 다양한 카페와 페이스트리 샵, 고급 식당들을 곁들여 5일간의 음식 순례여행으로 만들었다. 

네자리 숫자에 달하는 음식과 음료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엔과 그의 미식가 친구는 값싼 호텔들에서 지내며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엘불리에서의 점심 식사비로 수엔은 466 캐나다 달러를 지불했다. 점심 후 그들은 식당의 한 소믈리에와 함께 히치하이크로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 3시간 반 동안 45개 접시를 동원한 코스 요리 중 그들은 소물리에와 친구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같이 어울려서 놀며 영화를 보지요.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비하며 같이 어울려 놉니다. 나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식욕이 왕성하니 문제가 없어요. 엄청 비싸게 먹힌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수엔이 새끼 장어 찜요리 먹으러 장장 4,000마일을 기꺼이 날아가는 것 같은 일이 요즘은 한 추세이다. 스키프트 연구소가 최근 2,000명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먹고 마시는 경험을 주 목적으로 휴가 지를 선정했다는 사람이 거의 1/3에 달한다. 

온라인 식당예약 플랫폼인 오픈테이블(OpenTable)의 지난 2017년 설문조사에서도 플랫폼 이용자 3,400명 중 거의 66%는 오로지 음식에 기준해 여행지를 결정했다. 식당이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여행과 관련해서 식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온라인 예약이다. 수십년 전에는 지구 반대편 유명 식당에 예약을 하려면 그 지역 시간에 맞춰 식당 문 여는 시간에 전화를 하고, 전화가 연결되어도 통화 중이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 등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제는 세상 어느 곳 식당이든 온라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미슐렝 별 2개나 3개를 받은 식당 66개 중 거의 절반은 오픈테이블에 올라 있다. 

아울러 앤소니 보댕의 음식기행 프로그램이나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등 음식 시리즈들도 음식 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크리스티나 토비아(29)는 지난해 11월 마이애미나 코스타리카 등 따뜻한 지역으로 휴가를 가기위해 비행기 가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2016년 ‘셰프의 테이블’에 소개된 타코 오마카세였다. 그때 소개된 셰프 엔리코 올베라의 세계 13위 식당 푸욜(Pujol)로 가기 위해 멕시코 시티로 향했다. 

식당 예약 후 토비아는 친구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예약한 후 5일 일정으로 여행일정을 잡고, 여행 마지막날 드디어 푸욜에서 10코스 점심 식사를 했다. 

스웨덴의 페터와 로타 숄드 부부 역시 식당 때문에 여행한 지 오래되었다. 쇼드 부부는 10여년 동안 매년 두 번씩 멀리 맨해탄으로 가서 미슐렝 별 3개 식당인 일레븐 매디슨 팍(Eleven Madison Park)을 찾는다. 세계 50대 식당 중 현재 4위의 식당이다. “우리는 딱히 어느 날 가야할 필요가 없어요. 1월도 좋고 2월도 좋아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예약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단 예약이 되면 비행기 표를 삽니다.”

한편 미식가들이 가장 예약하고 싶어하는 곳은 코펜하겐의 노마(Noma). 현재로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온라인 예약 사이트인 톡(Tock)에서 현재 예약을 받고 있지만 4~5개월 후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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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에 있는 유명 식당 센트럴. 세계 50대 식당 중 현재 6위이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미식가들은 단지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할 목적으로 남미여행을 떠난다.          <Maik Dobiey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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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탄의 일레븐 매디슨 팍 주방을 방문한 숄드 부부. 스웨덴에 사는 이들은 매년 두 번씩 이 식당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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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크리스티나 토비아는 멕시코시티의 유명식당 푸욜 예약에 성공한 후 5일 일정의 여행 계획을 짰다.      <James Estrin -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