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고 나서 한참동안은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드라마를 빌려다 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드라마나 방송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던 시절이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다. 세상 참 빨리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이랑 다르지 않아보인다.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비디오로 드라마를 빌려다 보던 시절을 돌이키다 보면 생각나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전문적인 일들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는 의사건 변호사건 사장이건 다들 교훈들을 얻고, 한국 드라마에서는 다들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우스갯 소리라고 넘기기엔 또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인 것 같다. 특히나 한국 드라마는 정말 주인공이 누구든 무슨 얘기들을 하든 다들 사랑들을 하느라 바빴다.
어느날 필자는 겨울이불빨래가 하고 싶어졌다. 다 한국 드라마 때문이었다. 원래는 겨울동안 쓰던 이불은 세탁소에 보내곤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직접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다 한국 드라마 때문이었다. 특히나 옥탑방이 나오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옥탑방에서 사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고 긍정적이고 마음들이 착했 다. 그리고 또 하나같이 다들 예쁜 사랑들을 했다.
그 예쁜 사랑들에는 여지없이 이불 빨래가 등장을 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 옥상 위에는 여지없이 삘래통이 등장을 한다. 그리고 그 빨래통에는 이불이 들어있으며, 잠시 후 날씨만큼이나 해맑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과 함께 뭉글뭉글 하늘로 피어나는 비눗방울도 등장을 한다.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필자는 날을 잡아 이불빨래를 하기로 했다.
옥탑방이 있는 옥상이 아니면 어떠랴. 목욕탕에 있는 욕조 안에 이불을 넣고 물을 틀었다. 물이 차올랐다. 세제를 붓고 잠시 둔 후에 남편을 부르려다가 기함을 했다. 물에 잠긴 이불이 너무 무거웠다. 몸이 물먹은 솜같다는 표현이 머리를 퍼뜩 스쳤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타령까지는 아니더라도 오손도손 정답게 남편과 이불빨래를 하려던 생각이 완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무겁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드라마에서 옥탑방 연인들에게서 고단한 기운은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밌게만 보였기 때문이다. 암튼 이불빨래는 절대 즐겁지 않았다. 무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 일단 시작을 해놓아서 하는 수 없이 끝내긴 했지만 그 후로 절대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물을 먹은 솜은 괴물 그 자체였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물먹은 솜이다. 너무 무겁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을 빼면 된다. 물 먹은 솜은 돌덩이만큼이나 무겁지만 물을 뺀 솜은 그닥 무겁지 않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전치사, 부사,등위접속사 같은 것들을 일단 분리를 하고 보면 그렇게 무겁지 않다. 영어를 해결을 하려면 일단 물같이 무겁게 만드는 것들을 분리를 하고 보아야 한다. 그럼 된다.
영어는 전치사의 언어라고 해도 좋을만큼 전치사의 활약이 대단하다. 영어만큼 전치사가 맹활약을 하는 언어는 없다. 영어가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이 전치사가 만드는 전치사구는 우리가 딱히 할 일이 없다. 전치사는 발견을 한 후에 뜻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가령 with you는 전치사구인데 뜻만 알면 해석이 간단하다. 너와 함께가 금방 해석이 된다. 거의 모든 전치사구가 이런 식이다. 해석이 간단하다.
해석이 이렇게 간단한 전치사구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신문을 들고 전치사구를 빨간색 펜으로 칠하다보면 신문이 불바다가 된다. 그렇게 영어는 전치사구가 많다. 여기에 부사와 등위접속사(and, or, but, so 등등)까지 빨간색펜으로 칠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빨간색으로 칠하지 않은 단어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K63님은 그렇게 전치사구, 부사, 등위접속사를 다 빼는 훈련을 시작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다 빼고 영어문법을 들여다보면 영어문법이 너무나도 간단하다. 물먹은 이불을 빠는 일은 너무나도 고단하다. 그러나 물빠진 이불은 그렇게 무겁지 않다. 전치사구, 부사, 등위접속사를 빼고 보는 영어문법은 물빠진 이불과 다르지 않다. 가볍다. 절대 무겁지 않다. 들고 있을만 하다.
이제 to부정사, 동명사, 부사를 해결할 차례이다. 이것들은 가벼운 것들은 절대 아니다. 해결하는데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전치사구, 부사, 등위접속사를 빼 놓았다면 덤벼볼만하다. K63님은 어떤 방법으로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들을 해결했을까? 다음 글에서 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