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통해 긍정의 힘 세상에 전파하다
현직교사 한인 프리스타일 래퍼
고교시절부터 래퍼의 꿈 키워
"랩으로 삶의 경험 나누고 싶어"
애틀랜타는 최고의 힙합 도시 중 하나다. 90년대 어셔, TLC, 아웃캐스트 등과 같은 아티스트들을 시작으로 애틀랜타는 뉴욕, 로스엔젤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힙합의 중심지가 됐다.
한인들에게도 애틀랜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랩 천재 '산이', 괴물래퍼 '스윙스'를 비롯해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크라운제이 등 유명 한국인 래퍼들을 배출해낸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외에 한인 래퍼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전히 힙합은 흑인음악이라는 편견이 없어지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애틀랜타에서 래퍼로 활동하는 한인이 있어 화제다. 김기명 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는 힙합 장르 가운데에서도 가장 순발력이 요구되는 '프리스타일 래핑'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스타일 래핑이란 가사를 미리 쓰지 않고 즉석에서 주제에 맞게 랩을 하는 것을 말한다.
김 씨가 낮에는 고등학교 교사, 밤에는 래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칸톤에 있는 에이스 아카데미 역사 및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2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오게 됐다 이후 초·중·고등학교를 애틀랜타에서 졸업했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집에 놀러온 친구가 랩을 쓴 것을 보고 자신도 랩을 써보기 시작하면서 힙합에 대한 꿈을 키웠다. 조지아 주립대(GSU)에서 역사학을 전공해 졸업한 그는 엔터테인먼트의 성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게 된다.
LA로 간 그는 교사로 일하며 온라인 교육 비즈니스를 창업하는 등 교육 분야에 일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랩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았다. 2011년에 다시 애틀랜타로 돌아온 그는 동기부여가(Motivation Speaker)란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을 시작했다. 여러 학생들을 만나며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던 그는 문득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3년도에 프로 프리스타일 래퍼로 활동을 시작했고 크고 작은 무대에 서 온 그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의 계기였다.
"언제나 창작하는 것을 좋아했고 어떤 주제들에 대한 내 의견을 사람들에게 내 방식대로 들려줄 수 있길 원했다"는 김 씨는 "내 생각과 메시지를 특정한 형식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프리스타일 래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프리스타일 래핑은 랩 중에서도 어렵다. 비트에 맞춰 단어를 뱉는 것은 물론 이 단어들을 배열해 운(Rhyme)을 맞춰 운율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리 기록된 가사를 음에 맞춰 풀어가는 기존의 랩에 비해서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랜기간 공을 들여 쓴 시에 비해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써내려간 시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 생각, 그리고 경험 등을 실시간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많은 래퍼들이 도전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장르다.
프리스타일 래핑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김 씨는 "내가 풀어나가고자 하는 이야기를 순간적으로 생각해 내고 이 이야기를 막힘없이 뱉어내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연습을 지속하고 내 레파토리를 발전시켜 나가다보니 갈수록 수월해 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도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항상 설렌다는 김 씨는 또 한번의 커다란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프리스타일 래핑으로 관객들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에 있다.
"요즘은 비디오로 녹화해 내가 직접 가지 않더라도 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큰 일들을 하고 사람을 사랑(Do big things, love people well)하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며 "앞으로는 나의 실패들로부터 비롯된 지식, 경험 등을 나눌 예정"이라는 김씨의 표정은 긍정 에너지 그 자체다 . 김 씨의 공연이 궁금하다면 kimyungkimlive.com에서 볼 수 있다. 이인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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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프리스타일 래퍼 김기명 씨가 힙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