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권 입국하다 체포·재판까지

피해자"영사관서 가도 된다기에..."

영사관"충분히 설명... 본인 무시"

복잡한 국적·병역법에 2세들 '혼란'



혼란스런 한국 국적법과 병역법 규정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 신분 한인 2세가 미국여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병역문제를 이유로 기소되고 출국정지까지 당하는 사례가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태생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20대 한인 김모(가명)씨는 지난해 12월 휴가 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인천공항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적발돼 10개월째 ‘출국정지’로 한국에 갇혀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에 따르면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워싱턴DC 총영사관을 찾아가 담당 직원에게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도 병역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국외여행 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당시는 국외여행 허가 신청이 허용되는 만 25세가 되는 해 1월15일이 이미 지난 뒤였고, 이를 잘 몰랐던 김씨가 담당 직원에게 질문을 했으나 직원이 신청서를 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해 이를 믿고 미국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갔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경찰 수사관에 의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결국 ‘병역법 위반’혐의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재판을 받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까지 받았다. 김씨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유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았고 ▲만 25세가 되는 해 1월15일 이전에 국외이주 사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국외에서 장기 체류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다니던 직장까지 잃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국적이탈이 가능한 만 37세까지 미국으로 돌아올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는 “병무청에 확인한 결과 만 25세가 되는 해 1월15일까지인 국외여행 허가신청기간이 지난 후에는 신청이 아예 불가능하더라”며 “영사관에서 이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기만 했더라면 뒤늦게 국외여행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방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총영사관은 김씨의 출국과정이 김씨 설명과는 다소 다르다고 주장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처음에는 한국비자를 신청했지만 국적이탈을 하지 않았고 또한 국외여행허가서 신청기간도 넘긴 점을 들어 한국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상태였음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직원은 김씨에게 국외여행허가서는 해외거주자에게는 신청기한이 지나도 접수하는 경우가 있으며 반드시 병무청의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후 한국여권을 발급받아 입국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가 한국여권 대신 미국여권으로 입국을 시도했고 결국 입국과정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된 사실이 드러나 체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병무청에 문의한 결과 김씨의 부친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김씨를 순수한 의미의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해 기소를 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한인사회에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않고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일괄적으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고 총영사관은 전했다.  

이주한·석인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