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베테랑스 에듀

[행복한 아침] 혼밥 사랑

지역뉴스 | | 2018-08-04 17:17:06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하룻길 건너온 햇살을 데불고 창을 물들인 노을이 서서히 사위어간다. 새벽을 열고온 고단한 하루가 해넘이 노을 사이로 스물스물 스며들고 눅눅한 초 저녁 어스름이 하이웨이에도, 길게 드리운 빌딩 그림자에도 서서히 깔리고 있다. 귀갓길 발걸음 총총히 머무는 따스한 창가에도, 혼밥 진지상의 외로움을 지켜보려는 이른 별들이 소롯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손수 지은 저녁진지 홀로 받은 밥상에 애저녁 별빛이 비껴들고 호젓한 창가엔 더디게 떠나버린 노을의 흔적마냥 차가운 바람 웅크리고 앉았다. 나이 먹는 일조차 어색한 삶의 허물인냥 물 말은 밥 한수저 어정어정 입으로 들어간다. 우물우물 넘기는 밥 한술 마저도 먼저 떠난 아내 그림자로 하여 추수가 끝난 벌판 같다. 침묵으로 연주되는 낡은 소음의 낭떠러지 앞에서 다시금 꿈을 조율한다. 뉘 발자욱 소리인가 하고 하얗게 들뜬 고독이 귀를 기울인다. 혼밥은 고적을 불러들이고, 시를 낳기도 한다. 저녁놀에 드밀리듯 아슴해지는 엷은 빛살 틈 사이로 아직도 걷고있는 사람들의 지친 발걸음 만치나 하루를 살았는가. 산자락 사이로 무념으로 흐르는 맑은 물마냥, 흐르는 구름이며, 연록의 잎사귀 정도로나 살고 있었는가. 창 틈으로 스며드는 달빛 마저도 하루를 거둔 보람의 긍지가 스며있거늘 창백한 달 빛만큼이나 하루를 살고 있었는가. 물 한 모금 꿀꺽 삼킨다.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아내가 번거롭게 준비하는 밥상이 민망해서 그냥 있는대로 먹자고 했던 밥상을 혼자서도 부담없이 아무 때나 혼자 먹으면 편할줄 알았는데, 누구네 집서 먹던 그 음식이, 먹고 싶은 것, 비싼 것, 가릴 것 없이 맘껏 먹어질줄 알았는데, 어쩌다 한 끼도 아니고 끼니 때는 어찌 그리 꼬박꼬박 다가오는지, 갈수록 따신 밥도 귀찮아지고 반찬 수도 줄어들고, 밥상 차리기도 대충대충 하다보니 먹는 즐거움이 성가신 고역으로 다가오더이다. 그랬던게 아니었는데. 시장끼도 지지리 궁상으로 치부되고 먹는 시간이 돌아오는 것 조차 모멸감으로 다가온다. 누구를 위해 밥상을 닦으며, 배고픔이란 반응에 본능을 뛰어넘지 못하고 숭고한 인간애를 발휘하여 끼니 때마다 출출한 배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일념이 가상하고 애처롭다. 끓여먹어야 한다는 막역한 벽이 서럽고 초라함으로 번져나던 시간들이 진흙길 같기만 했었는데, 어느덧 질곡의 시간들을 조용한 산장을 찾아든 것 같은 아늑함으로, 때론 어느 가을날 시골 민박집을 찾아든 날을 떠올리기도 하며 주빗대던 시간들을 머뭇머뭇 밀어내며 쌀을 씻고 나물을 다듬는다. 

천상천하 외홀로임을 느끼는 순간이 밥상 앞이라 했다. 하지만 세상은 이웃을 모르고 단절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으로 치닫고 있기에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나온게 아닐까. 혼밥 사랑은 지경 없는 사랑이라서 더욱 애절하다. 밥을 물에 말아야 쉬 넘길수 있다는 애닯고 오솔한 애처로움이 어찌 이리도 쓸쓸하고 한적할까. 시리게 파고드는 고독이 바스락거리며 방 안을 휘이 감돈다. 고운 빛살 같은 그리움이 고독이라는 촛불의 그을림에 빛이 바래고 살아온 흔적들이 기억들을 꼿꼿이 세우고 툽툽하게 버티어준 덕에 외로움은 조금씩 삭여지고 삭막함도 나붓이 엎드리고 세상을 향한 머뭇거림 조차도 어느결에 졸음겨운 듯 이 밤도 탈 없는 하루로 접으라 한다. 크낙한 산 하나가 버틴듯, 쉬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았던 일상들이 어느덧 산자락이며 거친 들마저도 비켜주듯 조아려준다. 삽작을 나서면 맑은 하루가 기다리고, 이 하루를 위한 마알갛게 흐르는 길이 열려 있었던 것을. 

계절의 울타리 너머로 인정어린 바람은 일상을 깨워주고 지는 햇살까지 한 걸음도 놓치지 않으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계절의 훈풍을 타고 은밀한 밀애처럼 사그락 사그락 소리내며 다가오는 보옥같은 언어가 있었음도 눈치채게 되면서 언제 부터였는지 모를 마음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있었던 적막이란 빗장이 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황량하고 삭연한 찬바람도 가슴을 열고 들이밀듯 맞을 수 있음에도 당당해지고, 휘휘한 사변적 질긴 연민 마저도 징검다리 건너듯 다부지게 건너뛸 수 있는 요긴한 기쁨도 맛보게 된다. 스산한 텅 빈 숲을 새로운 거리로 바라볼 수 있는 혈기같은 용트림이 발걸음을 가뿐하게 만들어주는 뿌듯함도 안게된다. 발 밑에서 시려오는 소삭한 한기를 흐느낌으로 밀어내려 했던 아둔함이 느슨하게 벙거는 여유로움이 되어 사기그릇이 백자가 되는 흙의 희열을 고급스럽게 맛보는 기회도 생경스럽긴하지만 귀한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채우는 그득함이 번짐으로 가파르기만 했던 언덕 길의 싱싱함이 그리움과 외로움의 찌꺼기를 밀어내주었고, 나뭇잎 스치우는 소리 조차에도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음 앞에 다부지게 마음 단속하기에 이른다. 그리움에 젖은 발이 적적해서 쓸쓸한 발걸음이지만, 덥수룩한 바람 속을 걸어가야 하리라. 혼밥이어도 사랑하며 탈없이 하루들을 걸어 갈 건강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가 무르익다보면 혼밥 식탁과 마주하면서도 두레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이랑 두런두런 훈훈한 식탁마냥 친숙해진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두레밥상 사랑을 가슴 한가운데에 묻어두길 잘했다 싶다. 아무래도 혼밥 사랑이 기약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기아, 뉴욕오토쇼서 K4 세계 첫 공개…"조지아공장서 EV9 생산"
기아, 뉴욕오토쇼서 K4 세계 첫 공개…"조지아공장서 EV9 생산"

준중형 세단 신모델…EV9·텔루라이드·카니발 등 21대 전시 기아 K4[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아의 신모델인 준중형 세단 '더 기아 K4'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

온난화에 시간도 오락가락…"극지방 얼음 녹아 자전 느려져"
온난화에 시간도 오락가락…"극지방 얼음 녹아 자전 느려져"

"빨라지던 자전에 제동…1초 빼는 '음의 윤초' 3년간 미뤄야"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얼음이 지구 자전의 속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시간 측정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뉴욕오토쇼 참가…'더 뉴 투싼' 북미시장에 첫 소개
현대차, 뉴욕오토쇼 참가…'더 뉴 투싼' 북미시장에 첫 소개

픽업트럭 '2025 싼타크루즈'도 첫 공개…제네시스도 별도전시장 운영 현대차 '더 뉴 투싼'[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차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

바디프랜드, 헬스케어 브랜드 평가 1위
바디프랜드, 헬스케어 브랜드 평가 1위

브랜드 가치 조사 상위권   한국 헬스케어로봇 기업 바디프랜드가 브랜드스탁의 BSTI(BrandStock Top Index)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19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BS

미국 내 한인 10명 중 1명 ‘빈곤’

퓨리서치, 센서스 분석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의 10명 중 1명은 빈곤에 시달린다는 조사가 나왔다. 인종별로 한인도 같은 수준의 빈곤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7일 여론조사

영주권 사기 미주한인 자매 ‘중형’

한국서 의사·교수 사칭 한국에서 의사를 사칭하며 영주권 취득을 알선한다는 명목 등으로 40억대 사기행각을 벌인 미주 한인 여성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구형됐다.한국 검찰은 27일

자궁암 예방 HPV 바이러스 백신 남성도 맞을 필요
자궁암 예방 HPV 바이러스 백신 남성도 맞을 필요

두경부암·항문암·음경암 등 남녀 모두에 암 유발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ㆍ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HPV는 자궁경부

차량 무역처리 1위…“공급망 단기 혼란 불가피”
차량 무역처리 1위…“공급망 단기 혼란 불가피”

볼티모어 교량사고 후폭풍   지난 26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앞에서 컨테이너선 ‘달리(Dali)’호가 1.6마일(약 4.2㎞) 길이의 철교와 충돌한 가운데 공급망 혼선 등 경

한인 줄리 석 교수 ‘여성 평등 챔피언’
한인 줄리 석 교수 ‘여성 평등 챔피언’

줄리 석 교수  줄리 석(한국명 석지혜·사진) 포담대학교 법대 교수가 3월 여성의 달을 맞아 여성평등권(Equality of Women)을 위해 투쟁해 온 ‘평등의 챔피언 7인’에

리버먼 전 상원의원 별세…2000년 민주 부통령 후보

2000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조 리버먼(사진ㆍ로이터) 전 연방상원의원이 27일 낙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코네티컷주에서 주 상원의원 및 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