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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순<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




2018년4월 27일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선언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북핵의 위협으로 전쟁이 날까 가슴 졸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어리둥절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지만,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을 이루는 발걸음을 시작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감동의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으로 북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미 정상 회담은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 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복잡한 이해 관계를 반영하는 내용을 포함하리라 예상한다.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이 다만 우리 민족의 뜻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많은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를 바탕으로 성공적 회담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남과 북 내부에서도 통일을 향한 평화의 첫 걸음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 민족이 겪은 민족 상잔의 비극인 6.25 사변, 즉 한국 전쟁이 남긴 상처 때문이다. 2차세계 대전 직후 냉전기 초반에 발생한 한국 전쟁은,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수백만 명의 대규모 사망피해를 남기고 1953년의 휴전으로 일단락 맺었다. 한 가정당 최소한 1명이상의 사망 피해를 가져온 한국 전쟁은, 우리들에게 공산주의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고, 휴전 상태에서 멸공통일이냐 적화통일이냐를 두고 남과 북의 체제 대결을 이어왔다. 

올 해로 한국 전쟁 발발 68주기를 맞게 된다. 거의 70년의 세월을 적대적 분단상태로 지내왔는데, 남과 북 사이의 거리가 그리 쉽게 메워 질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열악한 인권 상태가 보고되고 있는 북한과 어떻게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남한과 큰 격차를 가지고 있는 북한과 어떤 경제협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평화의 과제를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니, 과학기술자인 필자의 눈에 보기에,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고 함께 번영하는 확률은, 그저 분단상태로 남아 서로를 적대시하며 살아갈 확률보다 절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에 대해서도,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정성과 지혜를 모아 부딪쳐 나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평화와 통일을 포기한다면 북한의 동포들은 어려운 경제와 열악한 인권상황 가운데 살아야 할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늘 핵무기로 인한 전쟁의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독재정권에서 예를 찾을 수 있듯이, 자유민주주의가 억압되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은 늘 종북좌파라는 누명을 쓰게 될 지도 모른다. 4.19 혁명, 5.18광주 민주화 항쟁,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요구, 그리고 2016년 말의 촛불시위 등 중요한 시국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언제나 종북좌파로 매도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전세계와 이웃국가들이 지지하고 협조하는 가운데 남과 북이 서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현재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처럼, 북한과 교류하며 평화와 발전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그럴 때에 통일은 자연스레 그 앞에 놓여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