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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행복한 아침] 계절의 역주행

지역뉴스 | | 2018-04-28 19:19:36

칼럼,김정자,계절,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올해 봄은 춥다. 청명절기에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날 정도로 생육이 왕성할 때라 초록이 무성하다 했던 것도 잠시, 이른 아침이나 해가 떨어지면 일교차가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쌀쌀하고 비가 잦다. 봄 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가 지나고 있어서 그랬나보다 하기엔 제법 오래도록 으시시하니 춥다. 한 낮 기온이 간간히 여름를 불러들이나 싶을 만큼 여름 흉내를 내더니만 그것도 일순, 봄 기운을 무색케하지는 않으려고 용신으로 겨우 화창한 날이 잠깐이었다. 회복되지 않는 을씨년스런 찬 날씨가 계속되면서 봄이 저물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명색이 봄인지라 꽃들의 낙화가 소리없이 흐드러지고 있다. 언제 꽃을 피웠었나 싶을만큼. 미쳐 겨울이 데불고 떠나지 못한 찬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고, 난분분하는 꽃잎 속으로 봄날이 스러지듯 누리지 못한 짧은 화사함으로 긴 이별을 고하려한다. 낙화하는 꽃들의 몸짓이 무참하고 애절하다. 애잔한 꽃피움의 시간들이 애틋하게 세월 속에 묻히고 만다. 봄 날의 역주행이 서먹하고 멋쩍다.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봄이 봄 답지 못했다는 머쓱함을 덜어주고 싶어진다. 싸늘한 날씨이긴해도 정답지 않다고, 설면설면하게 대한다한들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는 터이지 않은가. 봄날이 봄날 같지 않은 어색함을 구성없이 껄끄럽다해서 열없이 대할순 없는게 자연계의 흐름이라서 서먹함을 감추고 여늬 때마냥 별일 없는 일상들 곁에 줄을 서기로 했다. 얼마남지 않은 봄날이 던져주는 눈짓이 영민하다. 남은 날들의 시간의 여분을 얼마만큼 얻어낼 수 있을지, 그 길이와 두께를 알 수 없기에 분,초가 소중하고 귀한것이라서 봄 날이 춥다는 투정 쯤은 얼른 주머니 속으로 감출 수 있다고 이실고지를 올린다. 남은 날들을 무심으로 움츠리며 떠나보내기에는 하루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늘 하루도 평범하지만 무탈하게 살았다는 행복을 감사로 올려드린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선과 기만과 격정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풀려나가기를 소원드리며 봄날의 여락을 입하가 들어서기 까지 유쾌하게 보내기로 했다. 하루하루 일상을 감사하며 살아있음의 축복을 누리리라. 어쩔 수 없이 만춘을 제대로 베풀지 못하고 궁색하게 역주행하며 저물고 있는 봄 날을 위로하며 기림하는 것으로 대접해주며 떠나보내야 하지않을까. 

봄 기운이 꺽여버리고 녹음방초, 만화방창도 주춤주춤 밀려나는 듯 하지만 어김없이 순환하는 계절의 흐름에는 체념이란 이른 법. 입하가 찾아들기 까지만이라도 남은 봄 날을 즐겨볼 수 있다는 잔잔한 기쁨이 남아있다. 옷 깃을 스미는 찬바람을 잠재우고 일상가운데  분간없이 우쭐대는 낭패와 실의, 충격들 까지도 의연히 딛고 서야하리라. 다사로운 햇살이 번져가는 빛줄기를 따라가다보면 만상이 봄의 여운을 붙들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움츠리고 있던 권태로운 일상들에 알람을 들이대고 깨워 일으키자. 봄날의 역주행을 마음에 두거나 개의치 않으며 새 옷을 갈아입듯 단아한 마음 자리를 만들어 당차고 다부진 걸음으로 남은 봄날이 민망할 만큼 절묘한 즐거움을 창출해내는 열연에 매여보려 한다. 상기도 남아있을 봄이 배출해내는 향기가 아늑한 그리움이 되어 들판을 휘휘젓고 다닐텐데 야멸찬 봄 기운이 얄밉다.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기색없이 역주행을 해대는 계절의 되바라진 행사가 버릇없고 주제넘기는 하지만 봄날을 기다림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봄 리듬에 휘둘리 듯 봄 내음을 킁킁거리며 힙합전사처럼 봄 들판을 쿵쿵 울리고 싶다. 

봄 날은 늘 그랬었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를 흥얼거리게 만들고는 겨울을 견뎌낸 마음들을 사로잡고 미열로 들떠있는 아이처럼 혼미한 봄 정취에 도취하도록 내버려 두곤 했었다.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만 인지할 수 없는 고혹적인 매혹으로 가득했었다. 시냇물 소리에도 현혹 당하고 도대체 세상 근심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봄날의 흐느적거림에 심취당하기 딱 맞을 만큼 한 없이 경쾌하고 철없어 보일만큼 흠씬흠씬 봄날에 취하도록 미혹했었다. 봄 맞이를 향한 설레임을 부추기기엔 가장 적절한 유혹이었던 것 같다.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봄 날이었는데 아무런 가책없이 가고 있다. 이렇게 봄 날을 데려가려고 비가 그렇게 내렸나 보다. 계절의 역주행이 낳은 어리둥절이 어화둥둥 봄 날이여, 안아보자 봄 날이여, 추임새를 보비유하며 남은 봄날을 아끼려 한다. 문득 꽃잎 하나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봄 바람에 홀연히 날아갈 것만 같다. 봄날의 역주행을 시뚝시뚝 언짢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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