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아틀란타 한인교회 담임목사>
토크쇼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오프라 윈프리”는 1년 수입이 1억 6500만 달러(1,800억원)라고 합니다. 미국 유명인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입니다. 남들은 평생 복권에서나 꿈꿔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금액을 고정수입으로 벌어들입니다. 집에 있는 전자계산기로 그녀의 연봉을 한화로 환산해보려고 자판을 두드리니 붙여야 하는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서 뒤의 동그라미 두 개를 빠뜨렸습니다. 가난한 제 3세계 국가의 일년 예산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도대체, 오프라 윈프리는 어떻게 그런 엄청난 돈을 매년 버는 것일까요? 흑인의 신분으로 백인사회를 휘저으며 대통령 선거에도 막강파워를 보여주는 그녀의 한계는 어디일까요?
미국의 대표적인 여권 운동가 “바바라 워커”(Barbara G. Walker)의 책에 나오는 “흑설공주”(Snow Black)는 “오프라 윈프리”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흑설공주”는 여리고 착한 새하얀 피부의 백설공주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검은 머리와 구릿빛 피부를 가진 흑설공주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왕비를 맞이합니다. 계모는 일반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나 괴물이 아닙니다. 전처의
소생까지 넓은 마음으로 품는 배려심과 인자함을 갖춘 고매한 성품의 여인입니다. 성 안에는 이 흑설공주를 연모하는 “헌터경”이라는 야심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흑설공주에게 여러 번 사랑을 고백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습니다. 결국 그는 속셈을 들어내고 숲속에서 그녀를 강간하고 죽이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하지만, 모든 계략을 눈치 챈 계모의 지략으로 흑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에게 구조되고 헌터경은 우스꽝스럽게도 난쟁이들에게 끌려가 겁탈을 당하고 감옥에 갇힙니다. 그는 감옥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쓰는데 그것이 바로 “백설공주”라고 합니다. 너무 황당하고 동화의 원작을 훼손하는 것 같아서 염려스럽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역동적입니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어찌 보면 “백치공주”같은 느낌만 듭니다. 온실에서만 자라나 현실감각이 마비된 무기력한 소녀 같습니다. 바보스러울 만큼 좋은 사람과 나쁜 놈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냥 내세울 것이 하나 있다면 “착하다”는 사실 뿐입니다. 착하게 살면, 나중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정열의 키스를 날려주고, 인생 대반전이 일어난다는 전형적인 동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흑설공주는 나중에 왕자가 나타났을 때도, 아무 여자에게나 키스를 퍼붓고, 뻐꾸기를 날려대는 동네건달 같은 왕자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흑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거부하고 스스로 깨어납니다. 그리고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아갑니다. 바바라 워커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로 알려주고, 진짜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주려고 이 “흑설공주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예전에 오프라 윈프리도 이 책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무능한 백설공주보다는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흑설공주가 청소년들에게 더 교훈적이라고 말합니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자라나 여러 번 강간을 당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동면에서 깨어난 그녀가 흑설공주와 닮지 않았나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소중하게 대우하라는 그녀의 가스펠은 이민생활 속에서 찌들고 지친 우리 한인들에게 훌륭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