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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품은 언덕 위 하얀집 넘실대는 햇살에 넋을 잃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11-24 13:13:16

바다,고흥,한국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여행지로서 고흥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가장 큰 단점은 멀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당일 여행은 어렵고, 1박2일도 빠듯하다. 

순천영암고속도로 고흥IC에서도 군청까지는 30분, 동쪽 외나로도나 서쪽 거금도 끝자락까지는 최소 1시간을 잡아야 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대여섯 시간이 기본이다. 대신 쪽빛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들뜨지 않은 호젓함, 스산하지 않은 평온함은 기본으로 갖췄다. 고흥반도 동쪽 나로도는 해상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산과 바다를 두루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내나로도 언덕 위 하얀 집과 비밀 산책로

우주센터가 들어선 후로 외나로도로 향하는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 비해 내나로도는 상대적으로 스쳐가는 곳이다. 나로1대교 지나 섭정삼거리에서 국립청소년우주센터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나로도에서도 한적한 편이다. 이 길 모퉁이의 해안 절벽에는 관광객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책길이 숨어 있다. 입구가 코스코패밀리연수원 건물 뒤편이고 안내판도 없어서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목재 계단으로 연결된 해안 절벽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전부여서 딱히 정해진 이름도 없다. 그래도 바다 전망 하나만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동백나무 사이로 난 계단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는 오롯이 바다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계단 끝까지 내려가면 바다와 맞닿은 갯바위다. 쪽빛 바다에 넘실대는 햇살에 넋을 놓는다.

연수원에서 도로 맞은편 언덕으로 눈길을 돌리면 검푸른 숲에 하얀 펜션 건물이 그림처럼 도드라진다. 맨 꼭대기 ‘가고파.그.집’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개방한다. 북카페처럼 꾸민 1층의 넓은 홀에서는 커피도 공짜다. 주인이 선정하거나 투숙객이 기증한 책으로 한쪽 벽면을 꾸몄고, 머그잔으로 장식한 주방엔 캡슐형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머신을 갖췄다. 삼면이 트인 곳이어서 멀리 여수에서 바로 앞 나로도까지 푸른 남해바다가 ‘그.집’으로 통째 들어온다. 이런 분위기에 커피 맛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장식이 많지 않은 홀은 넓고도 아늑해 평소 독서와 담쌓고 지내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책장을 뒤적이게 된다.

주인장 최화준씨는 실내 못지 않게 자연을 중심에 두고 집을 지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사 중 드러난 커다란 바위를 훼손하지 않고 그 위에 집을 얹었다. 자연 경관이 워낙 빼어난 곳이라 외관을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는데, 그래서 오히려 돋보인다. 유명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브랜딩 전문가까지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집’이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임을 알게 된다. 화준씨 부모님의 ‘세컨드 하우스’로 생각하고 지었다니, 찾아 다니는 게 아니라 편안히 머무르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유람선으로 외나로도 돌아보기

외나로도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로켓 발사장을 보고 싶어하지만 실제 발사장은 아무도 볼 수 없는 천혜의 요새에 위치하고 있다. 대신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 아쉬움을 채울 수 있다. 상설 전시관은 로켓과 인공위성의 기본 원리, 우주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물로 채웠다. 3Dㆍ4D 상영관에서는 10분 동안 우주 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상영한다. 과학관 앞에는 2번의 실패 후 3번째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외나로도항에서 ‘나로도 해상관광유람선’을 타면 발사장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서답바위 부채바위 부처바위 사자바위 용굴 등 이야깃거리 가득한 외나로도의 해안 기암괴석을 감상하고, 봉래산 편백나무숲과 무덤처럼 동그란 신금리 상록수림도 지난다. 일제시대에 지역 주민들이 징용을 피해 숨은 곳이라는 용굴을 지나면 언덕 위에 피뢰침 역할을 하는 3개 첨탑이 보이는데, 이곳이 로켓 발사대다. 한국 우주 산업의 역사적 현장이지만, 올려다 보는 형국이어서 한 눈에 파악할 수 없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유람선은 1시간30분 운항에 성인 1만7,000원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지붕 없는 박물관’ 고흥에 지붕 있는 박물관이 들어섰다. 고흥에서 벌교로 빠져 나오는 길목인 두원면 운암산 자락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지난달 31일 개관했다.

박물관이 들어선 운대리는 청자 가마 5기와 분청사기 가마 25기가 발견된 곳으로 초기 청자와 다양한 기법의 분청사기를 생산했던 도자의 보고다. 박물관은 운대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분청사기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의 고흥을 한눈에 보여 주는 ‘역사문화실’, 고흥의 대표 설화를 소개하는 ‘설화문학실’, 한국ㆍ중국 등 아시아 도기를 비교할 수 있는 ‘특별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개관 기념으로 1943년 두원면 성두리 일원에 떨어진 운석도 특별 전시한다.           

 <고흥=최흥수 기자>

바다 품은 언덕 위 하얀집 넘실대는 햇살에 넋을 잃다
바다 품은 언덕 위 하얀집 넘실대는 햇살에 넋을 잃다

내나로도 해안 산책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바다 전망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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