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서라면 연방정부도 폐쇄하겠다는 강경 발언으로 연방의회와의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서 “연방의회가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16억 달러를 포함한 2017~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해당 예산안 승인을 거부할 것”이라며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정부 폐쇄(셧다운)까지 불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민 통제를 위해 나에게 투표했고 장벽 건설을 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연방 의회에서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달 30일까지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의 업무가 부분 정지되는 ‘셧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연방 하원은 지난달 27일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이 포함된 예산안 일부를 통과시켰으나, 상원 통과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협박성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화당과 민주당, 국민 대다수의 희망에 반해 그 길을 가길 원한다면, 대통령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정부 셧다운의 길을 앞장서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논란이 확산하자 공화당 핵심 인사들이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은 “우리도 셧다운을 원치 않는다”며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이 필요하지만, 국경 보안과 정부 폐쇄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며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이 셧다운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는 연방정부를 잠정 폐쇄하는 상황에 이르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유지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서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