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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은퇴 후 주로 하는 것은 ‘다시 취업’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8-04 10:10:33

일본서,은퇴,다시취업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수십년 저출산으로

젊은 노동인구 감소

인력난 심각해지며

은퇴자들 채용 증가

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 항공에서 근 40년 조종사로 일한 미야자키 시게카주는 지난해 은퇴연령인 65세가 되면서 은퇴를 했다. 당연히 골프를 치거나 낚시를 하면서 은퇴생활을 할 줄 알았던 그는 지금 2만5,000피트 상공에서 주로 지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오리엔탈 에어 브리지라는 작은 항공사에 취직해 39석 프로펠러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다. 나가사키에서부터 외딴 지역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항로이다.

“내가 65살에도 비행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미야자키는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이 좋은데다 비행을 좋아하니, 할 수 있는 한 해야 하지 않겠어요?”

노인인구 많은 일본에서도 70을 바라보는 사람이 항공사 조종사로 일을 계속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상황이 바뀔 지도 모른다.  

노동력이 고령화하면서 일본 사회는 전통적 직장생활의 행로나 정부의 복지 안전망에 대한 재고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기대수명이 긴 나라인데다 이민은 거의 없고, 수십년 낮은 출산율의 결과로 젊은 노동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2016년 출생자 수가 100만명이 못 된다고 발표했다. 한해의 출생 인구가 100만명 미만인 것은 통계를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모든 상황들로 인해 나이든 근로자들은 점점 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 되고 있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65세 이상 남성 중 절반 이상은 유급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숫자가 미국 남성 중에서는 1/3, 지역에 따라 유럽에서는 10%에 불과하다. 

수출이 증대하면서 일본 경제는 다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성장이 제한 받을 수 있다. 실업률은 2.8%로 바닥이고, 기업들은 직원들을 차지하느라 경쟁이 치열하다. 

한편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로 연금 시스템에 부담이 작용하면서 정부는 연금수령 나이를 상향 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 노동인구가 고령화하는 선진국들이 곧 맞게 될 미래의 모습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독일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연금 수령 나이를 67세로 올린다면 일본이 70세로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쿄의 게이오 대학 노동 경제학 전문가인 세이케 아추시 교수는 말한다. “40년 직업 경력이 평균 수명의 절반에 불과한 시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너무 이른 나이부터 활동을 접게 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지요.”

실업률이 낮은 데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인 것 역시 부분적으로는 나이든 근로자들 때문이다. 나이든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경력 최정상에 있을 때에 비해 훨씬 적은 보수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젊은 층과 중년층의 임금인상분이 상쇄된다. 

미야자키가 일하는 오리엔탈 에어 브리지는 전에 그 나이의 조종사를 채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숙련된 조종사가 전국적으로 부족하니 채용 범위를 확대했다. 

미야자키로 볼 때 계속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호사이다. 전일본 항공의 기장으로서 그는 보잉 767을 몰고 주로 동남아시아로 비행하면서 수십만 달러 연봉에 후한 연금혜택을 받았다. 오리엔탈 에어 브리지에서 그는 가장 봉급이 많았을 때에 비해 1/3에 불과한 돈을 받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과거에 몰던 제트기들은 상당히 자동화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펠러 비행기라서 보다 자유롭고 보다 시각적으로 생생한 비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종사로서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가 지금 조종하는 비행기는 봄바디어 대시 8형. 이 비행기 조종을 위해 그는 새로 라이센스를 따느라 8개월 간 공부를 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편치는 않았다고 그는 인정한다. 젊은 시절과는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어림잡기로 새 항로나 절차를 매스터 하는 데 과거 1970년대 비행학교에 다니던 젊은 시절보다 50%는 더 되풀이해야 했다. 

“젊어서는 필요하면 밤샘이라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30분 단위로 나눠서 책을 읽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미야자키는 나가사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아내를 도쿄에 남겨두고 와야 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내는 내가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일본에서 어떤 직종들은 고령화가 눈에 띄게 현저한다. 보건노동 복지부에 따르면 택시 기사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이다. 40세 미만 택시기사는 전체의 10%가 못된다.

보석세공 일을 하다 은퇴한 미주노야 모리마사는 최근 도쿄 시니어센터에 취업 신청을 했다.  시니어 센터는 정부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나이든 근로자들을 단기 파트타임 인력이 필요한 고용주들과 연결시켜준다.

일하고 싶은 노년층은 직접 와서 신청을 하고, 고용주들은 센터에 전화나 이메일로 일자리를 제안한다.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해서 보석세공 일은 그만 해야 했다”고 미즈노야는 말한다. 그는 지금 전통 일본가옥 문에 한지 바르는 일을 다른 은퇴자와 함께 하고 있다. 건물 주인은 60개 초대형 문의 한지를 새로 바꾸어야 했다. 한지 문 하나 바르고 받는 값은 1,400엔, 13달러 정도이다. 문이 크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돈은 별게 아니에요. 하지만 할 일이 있는 것이 중요하지요.”

일이 없는 날 그는 바둑으로 소일을 하고, 생활비는 부동산 투자로 번 돈으로 충당한다. 

도쿄 시니어센터에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호리 요시미츠는 일할 사람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일자리가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사람을 많이 구하는 일은 아파트나 사무실 청소 직. 일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박물관 앞에서 입장권을 받거나 빈 도시락 통에 상표를 붙이거나, 봉투 안을 채우는 일 따위가 나은 일로 꼽힌다. 

미야자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수영을 한다. 그리고 젊은 조종사들에 비해 신체검사를 더 자주 받는다. MRI 검사, 심전도 검사, 스태미나 체크를 위한 트레드밀 테스트 등이다. 

일본의 현행 규정에 의하면 그는 68세가 되면 상업용 비행기 조종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비행 최고 연령을 70세로 올릴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3년 아니면 5년이 남아있습니다. 건강이 있는 한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일본서 은퇴 후 주로 하는 것은 ‘다시 취업’
일본서 은퇴 후 주로 하는 것은 ‘다시 취업’
일본서 은퇴 후 주로 하는 것은 ‘다시 취업’
일본서 은퇴 후 주로 하는 것은 ‘다시 취업’

65세에 항공사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는 미야자키 시게카주. 전일본 항공에서 근 40년 조종사로 일한 그는 65세로 은퇴한 후 다시 취업했다. 일본에서 나이든 인구는 늘어나는 데 반해 수십년 저출산으로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서 은퇴자들을 기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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