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정 정신 위반
‘테러지원국’유지
이란 맞대응 조치
미국과 이란이 연일 타격을 주고받으며 으르렁 대고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공개한 ‘2016 테러국가 보고서’에서 기존에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던 이란, 수단, 시리아 등 3개국만 테러지원국으로 유지하고, 북한은 추가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984년부터 ‘테러지원국’ 오명을 이어온 이란에 대해서는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위협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 최악의 테러지원 국가로 남겨놓는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핵 합의의 기본 정신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미국 정부는 전날인 18일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테러단체 지원 활동과 관련 개인과 단체 18곳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란은 미국의 방침에 강경 어조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간첩 혐의를 받는 미국인에게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이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하마스 등 테러단체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등 역내 및 국제적인 평화와 안보를 불안케 하는 것은 물론 핵 문제 외에도 해로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란 정권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국무부는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신규 제재 조치가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17일 이란 핵협정 준수 여부와 관련한 미 국무부의 의회 보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 국무부는 17일 의회 보고에서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는 있지만 핵협정 정신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이란은 “불법적”이며 “쓸모없는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 분위기를 해치려 하고 있다”며 이란은 2015년 핵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번 미국의 제재를 트럼프 정부의 “나쁜 습관”이라고 부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미 이란은 핵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의회 역시 미국 측 제재의 맞대응 조치로 혁명수비대의 해외조직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추가 재정 투입을 승인했다. 이란 의회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이란 핵협정 타결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과 이란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다시 냉각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란 핵협상에 대해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이란 정책에 있어 강경노선을 견지해왔다.
최근에는 이란이 미국인에게 간첩죄를 적용해 징역 10년 형을 선고, 양국 간 외교 악재가 추가로 불거졌다.
이란은 현지에서 학술활동을 벌이던 프린스턴대 대학원생인 중국계 미국인 시웨 왕을 간첩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란 정권이 미국인과 다른 외국인들을 날조된 국가안보 관련 혐의로 억류한다”며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 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대규모 반 미국, 반 이스라엘 집회에서 시위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