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치솟는 물가에 대도시 이주 고민
“초임으로 감당 못해”렌트비 우선 따져
#인디애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LA 한인타운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던 김모(28) 씨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혀 고민 중이다. 생각보다 높은 물가와 고정 생활비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김씨는 계획을 잠시 보류했다. 김씨는 “비교적 취업 기회가 많은 LA로 이주하려고 했지만 LA 한인타운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선배로부터 높은 생활비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고민중이다”며 “당장 생계 유지가 안되는데 무턱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텍사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샌호세의 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최모(30) 씨도 같은 이유로 고민중이다. 최씨는 “샌호세의 집값이 텍사스의 2~3배에 달하는 것을 알고 한숨부터 나왔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꼭 잡아야하는 직장인데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의 졸업 시즌이 시작돼 본격적인 구직 활동에 뛰어든 취업 준비생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난과 더불어 날로 치솟는 물가 및 생활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장을 구해도 물가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신입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음을 취업 준비생들도 체감하고 있다.
잡코리아USA의 브랜든 이 대표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취업 준비자들이 연일 치솟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서스에 따르면 기술과 관련된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샌호세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개인이 받는 월급 중간값이 각각 3,333달러와 3,250달러로 각각 2위와 3위에 랭크됐지만 높은 렌트 때문에 ‘가장 집을 구하기 쉬운 지역 탑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샌호세와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시애틀, 휴스턴, 뉴욕, 보스톤 등 가장 높은 임금을 주는 10개의 대도시 모두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샌호세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모(29) 씨는 이 같은 결과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1베드, 2베드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방 한칸 얻는 하숙이나 하우스도 월 800~1,300달러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흔히 말하는 실리콘밸리 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들도 여유로운 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직전문사이트 ‘인디드닷컴’(Indeed.com)의 제드 콜코 수석 경제전문가는 무조건 높은 임금, 무조건 대도시를 선호하기 보다 ‘취업 기회’와 ‘렌트 및 생활비’의 균형을 잘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랜든 이 대표 역시 “처음 사회에 진출하는만큼 그럴듯한 곳에서 그럴듯한 직장에 다니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방법만을 고집하는 취준생들을 볼 때면 매우 안타깝다”며 “근시안적인 관점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멀리내다보고 OPT 또는 인턴쉽 기회를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노력이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